*

 

《혹시 요새 여학생들 사이로 돌고 있는 얘기 아시나용?》

【에...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있나요?】

《이상한 일이라기보다는...》

〔?〕

《그냥 너무 소녀다운 얘기라서~나도 한번 가서 해볼까 해용》

【헤?】


귓속말【저, 이자야씨. 세튼씨야 모르지만...이자야씨 남자거든요?】

귓속말《이런 곳에서는 즐겨야 하는 거야~나는 지금 ‘미소녀 칸라짱’이니까 더 이상 태클 금지!!》

귓속말【 -_-;;】


〔그나저나 그 도는 얘기가 뭔가요?〕

《흐응... 말하기 좀 그런데...》

【아...?】

《뭐 공유한다고 해서 제 소원이 반절이 되지는 않겠죠?》

《그 이케부쿠로 공원에 있는 분수 있잖아요?》

《거기에 소원을 적은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뭐라나.》

〔...그러게요. 소녀답네요.〕


귓속말【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귓속말《그럼. 나 못믿는 거야? 헤에. 서운한데?》

귓속말【아니, 그냥 흔히 도는 얘기일 뿐이잖아요. 그건 제가 살던 동네에도 있던 얘기라고요.】

귓속말《믿기 싫으면 믿지 말던가.》


《꺄아! 자꾸 다나카 타로님이 절 이지메해요!!!!;ㅂ;;ㅂ;;ㅂ;;ㅂ;;ㅂ;》

【제가 언제요????!!!!!!】

〔아, 전 일이 생겨서 오늘은 이만.〕

【아! 세튼님. 안녕히 가세요~】

《세튼님은 맨날 이 시각에 일 있다 하시구;ㅂ; 잘가요~~》

〔다들 즐쿰.〕

-----------세튼님이 퇴실하셨습니다.---------------

【저도 이만 들어가 볼게요.】

《잘가요!!》

 


 귓속말《그리고 그 얘기는 믿어 봐도 좋아. 정보상인 내가 보장하지!》

귓속말【-_- 아무튼 갈게요.】

----------다나카 타로님이 퇴실하셨습니다.----------------


《저도 들어가 보겠습니다. 뱌뱌~》

-----------칸라님이 퇴실하셨습니다.-----------------


-----------현재 채팅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현재 채팅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현재 채팅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채팅을 종료하고 미카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속을 모를 정보상 오리하라 이자야를 만난 이후, 아니 구체적으로는 이케부쿠로에 온 이래로 마음속이 평안한 생활은 길지 않았다. 마사오미가 말했던 만나서는 안 될 인물 헤이와지마 시즈오와 오리하라 이자야를 만났고 목 없는 라이더도 보았다. 반쯤 재미로 만들었던 다라즈의 규모를 실제로 보았고-미카도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라즈 때문에 어쩐지 친구도와 멀어진 것 같다.

 

“마사오미…….”

 

키다 마사오미. 미카도의 오랜 친구이자 버팀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카도에게 마사오미는 유일한 기댈 곳이었다. 물론 이케부쿠로에서 지낸지 1년이 되어가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좋은 건지 그 반대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카도는 마사오미가 말했던 이젠 만나서는 안 될 인물들과 편한 사이가 되었고 여러모로 도움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예상외의 복병이 있다. 항상 곁에서 썰렁한 농담을 하고 헌팅을 하고 가볍게만 지냈지만 속도 깊고 의지할 사람 하나가 없어진 것은 상상외로 타격이 컸다.

물론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은 채팅방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대화도 하지 못했다. 그저 무사히 잘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마사오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카도에게 마사오미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역시 지금 곁에 없는 것은 조금 허전하다. 이것은 자신이 이케부쿠로에 상경하기 전, 그 때의 기분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

 

“너, 류가미네 미카도지?”

미카도가 고개를 드니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키다 마사오미라고 했던가. 긴장해서 서투르게, 앞 뒤 없었던 자신의 자기소개와는 달리 재치 있고 활발한 언변으로 반 친구들의 환호를 받은 아이였던 것 같다. 물론 미카도 자신도 환호를 받기는 했다. 이름 때문이기는 했지만.

“응.”

처음 보는지라 딱히 할 말이 없어 대답만 하고 쳐다보니 조금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그 찌푸림은 잠시 후 짓궂은 표정으로 변화했다.

“이름답지 않은걸? 아닌가? 조용한 제국의 공주타입?”

‘공주’라는 말에 미카도의 표정이 살짝 모호해졌다.

“저기...난 남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꺼내 봤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말이 점점 길어지고 장황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말은 안 된다.

“한 멸망해가는 제국의 공주가 다른 제국의 왕자에게 팔려가듯 시집을 가는 거야. 그런데 그 공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 아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결국 공주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는 걸 선택하게 되지.”

“저..저기...”

“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라고 하고 자살을 선택하지만 이 무슨 가혹한 운명. 다음 생에 공주는 남자로 태어나고 왕자도 남자로 태어난 거야. 그렇다면 그 공주는 누구일까요? 1번 류가미네 미카도, 2번 류가미네 미카도, 3번 류가미네 미카도!”

“안웃겨...”

“어이, 나름대로 생각해 낸 개그인데 좀 웃어주라. 그리고 난 키다 마사오미! 앞으로 너님과 함께 놀아줄 구세주이시닷!! 으하하하하하!”

미카도는 생각했다. 절대 키다 마사오미와는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다고.


“미카도오오오오오!!!!!!!!!”

멀리서 달려오는 마사오미를 본 미카도는 일단 피할 준비를 했다. 분명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와 체중까지 실어서 자신을 덮쳐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뒤에서 덮쳐오는 것을 모르고 그냥 멍하니 서 있다가 그대로 바닥과 입술박치기 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미카도는 전율했다. 바닥으로 향하는 순간의 공포, 그리고 엄청난 아픔. 잊을 수 없었다.

“어이~미카도!! 왜 거리가 줄지 않지?”

“부탁이야 키다군. 속도 좀 줄여~”

마사오미는 점점 속도를 높여 미카도와의 거리를 좁혔다. 뒤를 보고 거리를 가늠하던 미카도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잡았다!!!! 다음 술래는 미카도~”

그렇게 외친 마사오미는 멀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미카도는 그런 마사오미를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고 어느 순간 보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절대로 키다 마사오미와는 친하게 지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미카도와 마사오미는 절친이 되어있었다.


“소원이라...”

미카도는 동전을 꺼내들었다. 이번 달에도 생활비가 부족해서 아껴야 하는 상황인데, 그래도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뭐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지 뭐. 만약에 거짓말이면 이자야씨한테 쫓아가서 돈 내놓으라고 하지 뭐.”

미카도는 유성펜을 들고 작은 동전에 무언가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

 

미카도는 분수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옮기면서도 계속해서 생각했다.

‘이거 해 보고서 나중에 안 이루어졌다고 이자야에게 뭐라고 막 하면 그걸 진짜 믿었냐고 놀림당하는 건 아닐까. 이대로 돌아갈까. 에이 돌아가자.’

미카도가 걸음을 돌리려는 차였다. 분수 방향에서 세르티의 소리가 들려왔다. 미카도는 다시 분수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그리고 역시나 분수 앞에는 세르티가 있었다.

세르티는 분수를 향해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분수 앞을 떠나지 않고 무언가를 빌고 있었다.

‘세르티씨도 소원이 있는 거구나. 무슨 소원일까?’

세르티는 바이크를 향하면서 몇 번 분수 쪽을 돌아보았다. 미카도가 보기에 그 움직임은 왠지 모르게 간절해 보였다. 이전에 자신에게 하리마 미카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할 때 보다 더더욱.


“하아.”

미카도는 소원이 적힌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분수 앞에 서 있다. 막상 던지려고 하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올 허탈함과 아쉬움이 두려워 쉬이 던지기 어렵다. 계속해서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분수를 지켜보던 미카도는 결심이 선 듯 동전을 제대로 잡고 분수 안에 던져 넣었다.

‘제발...’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 이자야의 장난일 것이라 생각했던 이야기였다.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재미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동전을 던지고 나니 미카도는 간절해졌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오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서는...결국 왔잖아.”

멀리서 망원경으로 미카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자야는 중얼거렸다.

“이래서 재밌다니까~ 보통 같으면 이쯤에서 내가 즐거워야 정상이겠지만...오늘은 양보하지.”

지켜보던 것을 그만 두고 뒤를 돌아 걷기 시작하는 이자야의 입모양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 입모양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Happy Birthday! 라고.


소원을 빈 미카도는 그 자리를 떠나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왠지 돌아가기 싫은 기분이었지만 계속 그 분수에 있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여긴 이케부쿠로. 위험한 시각이니 말이다.

미카도는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분수가 눈에 밟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미카도는 세르티도 자신만큼 간절한 소원을 빌었음을 짐작했다. 이렇게 쉽게 떠나지 못할 정도로 간절한 소원.

다시 고개를 돌린 미카도의 시야로 사람의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또 소원 빌러 온 사람인가?’

그 인영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많이 알고 있는, 그리고 자신도 많이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사오미?”

그 인영은 계속해서 가까워졌다. 그리고 웃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키다 마사오미였다.

“헤에- 아직도 제국의 공주님은 조용히 표현이 서툰 거야? 오랜만에 왔는데 서운한 걸?”

장난기가 어린 마사오미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미카도의 표정은 울듯 말듯이 변해갔다. 그런 표정을 들키기 싫다는 것처럼, 자신의 앞에 나타난 마사오미에게 고맙다는 것처럼 미카도는 마사오미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그 언젠가 마사오미가 미카도에게 했던 것처럼 끌어안았다. 미카도의 귓가로 조금은 쑥스러운 듯한 마사오미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온다.

“생일 축하해. 미카도~”


오늘...자신의 생일이 지나가기 전에 평소처럼 자신의 앞에서 웃어주는 마사오미를 보고 싶다는 소원. 소원이 이루어졌다.

‘와 줘서 고마워. 고마워 마사오미!’